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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숲의 전설 최원현 수필집 / 북나비 刊
내겐 참으로 멀게만 느껴지던 게 나이였다. 내 돌 달과 세 살 때 각기 스물아홉의 나이로 돌아가신 아버지와 어머니였 기 때문이다. 해서 나는 오십까지만 살겠다고 했었다. 그만 해도 아버지 어머니껜 송구스런 나이였다. 그 오십이 되었을 때 슬그머니 겁이 났다. 은근히 입방정이 걱정되었다. 그런데 그런데, 어느새 내 나이가 일흔에 이른다. 정말 죄 송하고 송구하다. 더 살았다는 것이 죄송한 것이 아니라 그 렇게 일찍 가신 부모님이나 이만큼이나 더 산 내가 무엇이 다른가이다. 감사하면서도 부끄러움이 앞선다. 한데 한 가지 나은 것, 잘한 것이 있다. 수필과 함께 했다는 것, 할 수 있 었다는 것이다. 그거로나마 위안을 받아야겠다. 이십 권의 내 이름으로 된 책을 내면서 숲의 나무만 축내 는 것 아닌가 자책할 때가 많았다. 해서 이번에도 많이 주저 했다. 그러나 그것도 독자에 대한 예의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잘은 못 하더라도 열심히 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는 후배들에게 보여주는 모습도 될 것이다. 어떤 숲의 전설 은 많이 성숙해졌다거나 완숙해진 내가 아니라 그저 게으르지는 않게 수필과 살고 있는 내 모습이 다. 내 삶의 순간순간마다 힘이 되어 주신 분의 백만을 믿고 엄살떨며 살고 있는 모습이기도 하다. 어느 것 하나에도 당 당하거나 충실하지 못한 채 엉금엉금 기면서 살아가는 내 모 습이다. 그런 나에게 아침과 낮과 저녁에 맞는 사랑을 주시 고 내 삶의 주위에는 잘 해주라고 눈짓으로 압력을 보내신 그분의 은혜와 사랑을 염치도 없이 받고 누리고 있는 내 모 습이다. 2019년, 2010년대를 마감하며 2020년대로 접어들면서 역 사와 내 삶에도 또 하나의 마디가 만들어진다. 지난 삶은 전 설이다. 내 글들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사랑받는 전설이면 늘 살아있는 것이 될 것이라는 소망도 가져본다. 작가의 근황은 발표된 글로 나타난다. 살아있음은 움직인 다는 것이고 움직임은 소리를 내고 냄새를 낸다. 내 글쓰기 도 그런 살아있음, 움직임의 소리와 냄새다. 2020년을 며칠 앞두고 책을 묶는 마음도 여러 갈래다. 새해 새 시대로 인사 를 하는 게 나을 것도 같지만 어차피 지난 것들이니 또 하나 의 전설이 되게 한다. 2019년, 2010년대를 마감하고 2020년 대를 두근거림으로 맞는 기쁨을 함께 하고 싶다. 수필을 사 랑하는 모든 분들 앞에 어설프지만 또 하나의 작은 전설을 모아낸다. ― <머리말>
- 차 례 -
1. 살아보기 연습 낯빛 그 향기 먹먹하다 문
그놈 살아보기 연습 내버려 둠에 대하여 향일암의 사진 한 장 어떤 한 살이 현상(現狀)
2. 부 ․ 끄 ․ 러 ․ 움 부치지 못한 편지 67 서로 기대어 부 · 끄 · 러 · 움 어쩌지? 그 나무와의 추억 또 하나의 고향 잡초도 아닌데 그 시계, 그 사람 만 원어치의 슬픔 옥정댁
3. 그냥 살아요 어떤 숲의 전설 그냥 살아요 일상 속에서 아내만의 힘 남은 쿠폰을 바라보며 당신을 사랑합니다 축복의 의미 아홉의 절망 속에서 건져 올린 하나의 희망 노래 그때 그 약 맛 내 안의 그 우물
4. 가슴 속으로 피는 꽃 살아있다는 것 아버지의 사진 장인어른의 명함 아버지의 올레길 기다림 없는 기다림 10년 후의 약속 신발 가슴 속으로 피는 꽃 장례식장으로의 신혼여행 어머니의 끈
5. 문학 그리고 또 하나의 삶 다시 서서 흐르는 강 동짓달 열이틀 저녁밥 먹는 시 선생님, 선생님 그럼에도 향기도 없는 꽃 또 다른 동행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향기만큼 사랑만큼 문학의 향기를 맡으며 문학 그리고 또 하나의 삶

[2019.12.31 초판발행. 289쪽. 정가 14,0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