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 / 윤준경
못생긴 것은
내 인생의 가장 큰 딜레마인데
나는 어떻게든 나를 감추고
털고 닦고 깎고 칠하며
척, 하고 산다
척은 거기서 끝나지 않고
있는 척,
아는 척,
착한 척,
뒤에서는 호박씨 까지만 아닌척,
아무짝에 쓸모없는 나를 봐주는 건 그래도
척! 때문인데
척!은
처 억 탄로가 난다
못 생긴 것은 아무리 가려도 1분 안에
무식한 것은 길어야 한 시간 안에
없는 것은 한 달 안에
착하지 않은 것은 1년 안에,
그래서 나는 누구에게도 1년 이상 남지 못한다
끊임없이 척!을 생산해야 한다
1분씩 1시간씩 한 달씩 1년씩
오늘도 나를 지탱해 주는
척!
2016.국제Pen
한국의 서정시 103
윤준경 시집 <시와 연애의 무용론> 201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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