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연애의 무용론
그 여름, 나는 시와 연애에 열중했다 시에 더 열중
하고 싶었지만 시는 너무 쉽거나 너무 어려워서 집중
할 수 없었다 연애는 달콤하고 홍홀해서 밤낮으로 집
중할 수 있었지만 지나간 뒤에 공허가 오래 남았다
밤새워 쓴 시는 아침이면 한 줄도 남지 않고 시들어
버렸다 너무 가볍거나 너무 무거워서 나를 거부한 시,
나의 시는 나의 연애만큼 절실하지 못했다
나는 연애 같은 시를 쓰고 싶었지만 쓰지 못했고 시
같은 연애를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다
혁명적이라고 믿었던 문장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
고 지고한 사랑은 불륜의 패러디로 치부되었다
시와 연애 사이에서 인생의 여러 페이지를 남용하고
내 감각感覺의 사인死因을 추적하는 것으로 남은
생을 남발하고 있다
한국의 서정시 103
시학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