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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던 날
3면이 하얀 벽으로 둘리고
빌딩과 빌딩 사이로 눈이 펄펄 흩날리는데
갇힌 새 한 마리 날지 못하고 날개만 퍼덕인다
어디서 왔을까?
따뜻한 남쪽인 줄 알고 왔다가
폭설에 갇혀 꼼짝도 못하고 박제되어 가는 모습
미시령 고개를 넘지 못하고
자동차에 반나절이나 갇혔던
젊은 날의 그 대설이 각인된다
적송에 하얀 꽃이 터져 환상적인 마임 극을 펼치고
외다리로 하얀 날개 접은 고고한 학춤
동공 사이로 번쩍인다
미시령 눈꽃에 새긴 사랑 숨기고
양재천 공원 하얀 숫눈길 걷는다
뽀드득뽀드득 소리에 청춘이 깨어나고
바닥무늬에 인증샷을 누른다
반세기 전이나 똑같은 흔적
눈 밑 모래 무늬가 점점 늘어나도
아직 청춘이라고 우기고 싶은 간절
세월 밖으로 자신을 밀어낸다
거대한 설산 미시령은 꼼짝달싹도 하지 않았다
헛바퀴만 도는 한파에도 걱정은커녕
더 갇히길 소원했던 그날
시퍼렇게 굳은 가냘픈 손과 두터운 붉은 손의 유희
내 젊음이 박제되어가던 긴 시간
호주머니 속에 뜨거웠던 그의 체온,
그 설렘 아직도 붉다